2022 대통령선거

[경향신문] “우리도 있다” 10인의 군소후보들
등록일
2022-02-28
조회수
247

“우리도 있다” 10인의 군소후보들
 

[경향신문]
지지율, 모두 합해 2%도 안 돼
나름대로 의미 있는 공약·의견도


2월 20일 한 시민이 서울 종로구 대학로를 지나며 벽면에 붙은 제20대 대통령선거 후보들의 홍보물을 들여다보고 있다. / 연합뉴스



여론조사에서 ‘기타 후보’로 묶인다. 지지율을 모두 합해도 2%가 채 안 된다. 20대 대통령선거에 출마한 군소후보들 얘기다. 이번 대선후보는 총 14명이다. 기호 1번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2번 윤석열 국민의힘, 3번 심상정 정의당, 4번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외에 10명이 더 출마했다.

■기울어진 대선판

군소후보들도 똑같이 선거 기탁금 3억원을 냈다. 하지만 주요 후보 4명이 법정 TV토론회를 세차례 치르는 동안 군소후보들의 출연은 한 번에 그친다. 이마저도 10명(2명 불참)을 한데 모아놓고 2시간 만에 끝났다. 후보 한명당 발언 시간이 10분 남짓에 불과했다. 두차례에 걸쳐 각자의 공약을 발표할 수 있었을 뿐, 후보 간 질의응답 기회도 주어지지 않았다. 토론회 시간도 밤 11시부터 이튿날 새벽 1시까지였다. 주요 후보 4명의 토론회가 오후 8시부터 2시간 동안 열린 것과 뚜렷이 대비된다. 누가 봐도 군소후보들에게 대선판은 ‘기울어진 운동장’이다.

김경재 신자유민주연합 후보는 2월 22일 열린 TV토론회에서 “당국이 특별히 배려해 22일과 23일 이틀간에 걸쳐 토론을 준비해주셔서 대단히 고맙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시청자가 상대적으로 적은 늦은 시간대로 토론회 일정을 잡은 걸 에둘러 비판한 것이다.

조원진 우리공화당 후보는 아예 참석하지 않았다. TV토론회 운용 방식이 차별적이고 불공정하다고 항의하는 차원에서다. 김동연 새로운물결 후보도 불참했다. 김 후보 측은 “원래 계획한 유세 일정과 토론회 일정이 겹쳐 고심하다가 현장에서 유권자를 직접 만나는 게 더 진정성 있다고 판단해 불참했다”고 말했다. TV토론회보다 현장 유세가 더 효율적이라는 판단으로 풀이된다.

■군소후보의 의미

군소후보들이 대선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해 관심을 둘 필요가 없다는 시각이 있다. 반대로 군소후보의 존재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시선도 있다. 박원호 서울대 정치학과 교수는 “거대 양당이 정치 필드를 독점하고 있기 때문에 마이너한 이슈나 의제가 수면 위로 올라올 기회가 거의 없다”며 군소후보들이 제시하는 공약이나 견해에서 나름 의미를 찾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군소후보들 공약 중에는 실현 가능성이 극히 적어 터무니없다는 지적을 받는 정책도 있지만, 근본적인 문제의식에 고개를 끄덕이게 만들고 상상력을 자극하는 공약도 있다. 군소후보들 모두 대선에 출마한 분명한 이유를 가지고 있다. 전화 및 서면 인터뷰, TV토론회 내용 등을 바탕으로 이들의 변을 정리했다.

■기본소득 65만원

대선후보의 기호는 소속 정당의 국회의원 숫자가 많은 순서대로 배정한다. 국회 의석이 없는 정당의 후보는 정당 이름순으로 기호를 받는다. 무소속은 가장 후순위인데, 이번에 무소속 출마자는 없다.

이에 따라 주요 4당 후보들 다음인 기호 5번은 오준호 기본소득당 후보(47)가 받았다. 소속 국회의원이 1명(용혜인 의원) 있다. 오 후보는 당명처럼 기본소득 월 65만원 지급을 핵심 공약으로 내걸었다. 인공지능(AI) 시대에는 인간 노동의 필요성이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에 최소한의 소득 보장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주3일 휴일제도 약속했다. 오 후보는 “기본소득을 통해 삶을 지켜주는 매트리스를 깔아줘야 다른 문제들도 해결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재원 조달 방법으로는 조세개혁을 제시했다. 토지보유와 탄소배출 등에 세금을 부과하는 방안이다. 플랫폼 기업이 무상으로 사용하는 데이터의 수익에도 세금을 매기겠다고 공약했다. 이를 통해 400조원 규모의 재분배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주권화폐 도입도 약속했다. 시중에 유통되는 화폐의 대부분을 민간 은행이 발행하는데, 앞으로 정부가 화폐를 발행토록 변경하겠다는 얘기다. 오 후보는 “민간 은행이 호황기에는 대출을 쉽게 제공했다가 불황기에 이를 회수하면서 금융 약자들이 큰 피해를 보고 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생활동반자 제도도 주요 공약이다. 혈연이나 혼인으로 인한 가족관계가 아니더라도 생활동반자로 등록하면 각종 복지·세제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게 한다는 취지다. 동성결혼 법제화와 차별금지법 제정도 약속했다.

오 후보의 현실적인 목표는 3위다. 그는 “기본소득을 바라는 유권자들이 결집해 3등을 만들어준다면 선별복지와 성장지상주의 사회를 흔들 수 있다”고 말했다.

기호 9번 김동연 새로운물결 후보(65)는 이번 정부에서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지낸 인물이다. 그의 1호 공약은 권력구조 개편 및 정치개혁이다. 김 후보는 “정부와 청와대에서 일하면서 권력구조와 정치가 바뀌지 않으면 중요한 개혁과제들이 성과를 내기 쉽지 않다는 점을 느꼈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실행 방안으로 연동형 비례대표제와 책임총리제 도입, 국회의원 3선 이상 연임 금지 및 면책특권 폐지 등을 제시했다. 청년들을 위해 벤처기업 10만개 육성, 일자리 200만개 창출도 약속했다. 김 후보는 출마 이유를 두고 “승리를 위해 나왔다”며 “당선 여부와 관계없이 한국이 이대로 가면 안 된다는 절박감도 있다”고 밝혔다.

기호 6번 허경영 국가혁명당 후보(75)는 대규모 현금 풀기가 공약이다. 코로나19 생계지원금 1억원 지급, ‘국민배당금’ 월 150만원 평생 지급 등이다. 결혼하는 부부에게 주택자금 2억원 등 3억원을 주고, 출산 때 자녀 1명당 5000만원을 지급하는 내용이다. 연애수당 20만원도 약속했다. 국회의원을 100명으로 감축하고 무보수 명예직으로 전환하겠다고 했다. 자신이 대통령이 돼도 보수를 받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땅’이 아닌 ‘땀’이 대접받는 나라

기호 12번 김재연 진보당 후보(42)와 기호 7번 이백윤 노동당 후보(45)는 노동을 중시하는 사회를 기치로 내걸었다. 차별금지법 제정도 공통 공약이다.

최연소인 김 후보는 ‘전국민노동법’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근로기준법의 사각지대에 놓인 플랫폼 및 특수고용 노동자, 프리랜서,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 등도 법의 보호를 받게 한다는 목표다. 헌법 제1조에 ‘대한민국 노동 중심 자유평등공화국’이라는 표현을 넣고 헌법에 노조할 권리도 명시하겠다고 약속했다. 주4일제도 내놓았다.

‘돌봄부’를 신설해 돌봄을 국가가 전면 책임지는 방안도 핵심 공약이다. 김 후보는 “요람에서 무덤까지 무상돌봄, 국가돌봄 시대를 열겠다”며 “공공 돌봄기관을 확충하고 110만명 돌봄노동자를 국가가 직접 고용하겠다”고 강조했다.

김 후보는 대통령이 풀어야 할 시급한 과제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개정을 꼽았다. 50명 미만 사업장은 2년의 유예기관을 둬 2024년부터 법을 적용하는 부분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산재 사고의 72%가 50명 미만 사업장에서 벌어지고 있어서다. 그는 페미니스트 대통령이 되겠다고도 밝혔다. 김 후보는 “‘땅’보다 ‘땀’이 대접받는 나라로 바꾸겠다”고 강조했다.

이백윤 후보는 2차 하청 비정규직 노동자 출신이다. 그는 위기에 빠진 자본주의의 대안으로 ‘사회주의’를 내세웠다. 노조 공화국을 만들겠다고도 했다. 그는 “자본주의는 ‘리즈’ 시절이 지나 명백하게 쇠퇴기, 황혼기에 들어가 저물고 있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재벌국유화 등을 1호 공약으로 발표했다. 재벌이 한국경제의 핵심을 담당하지만 고용 비중은 11%에 불과하고 30대 재벌의 사내보유금이 1000조원이 넘은 점 등을 이유로 거론했다. 그는 “재벌 중심의 하청계열 구조로 된 경제구조를 공공제로 재편하려면 재벌 국유화가 필수”라고 설명했다.

이 후보는 여성가족부 폐지를 주장했다. 보수 후보들과는 결이 다르다. 그는 “여가부 대신 ‘여성해방부’를 만들어 여성의 차별적인 현실을 극복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한 신상정보에서 학력을 기재하지 않았다. 이 후보는 “학벌주의에 반대한다. 선거에서 이런 경력들이 공정한 선택을 방해하거나 왜곡할 수 있다고 봤다”라고 이유를 밝혔다.

■“박근혜 명예회복”

기호 11번 조원진 우리공화당 후보(63)와 기호 10번 김경재 신자유민주연합 후보(80), 기호 8번 옥은호 새누리당 후보(51) 등 3명의 공통분모는 ‘친박(친박근혜)’이다.

원조 친박으로 꼽히는 조 후보는 이재명 후보와 윤석열 후보를 비판하며 “이번 대선은 역대 최악의 후보를 뽑도록 강요하는 사실상 선거독재에 해당한다. 도덕성이 평범한 일반 국민 수준에 턱없이 부족하고 부끄럽다”고 밝혔다.

그는 문재인 정권을 ‘붉은 적폐’로 규정하고 적폐청산위원회를 설치해 책임자를 처벌하겠다고 공언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 4·27 판문점선언 등의 폐기도 공약했다. 민주노총과 전국교직원노동조합 해체도 주장했다. 국토균형발전계획을 통해 지방의 재정자립도를 높이고 지방에도 ‘사람이 잘살 수 있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공약했다. 공기업 개혁 방안도 내놓았다.

조 후보의 선거 현수막에는 전직 대통령 박근혜씨의 얼굴을 담았다. 그는 “도덕성과 대한민국의 정체성에서 다른 후보에 비해 월등히 높다고 자부한다”며 “자유대한민국을 지키는 용기와 정의감에서도 다른 후보들에 비해 우위에 있다고 확신한다”고 밝혔다.

대표적인 보수단체인 한국자유총연맹 총재를 지낸 김 후보는 일본과 핵무기를 공동 개발해 핵무장화하는 방안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김 후보는 박씨의 탄핵은 부당하며 박씨의 명예회복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김 후보는 TV토론회에서 공공장소에서 동성애, 낙태를 옹호하면 사법처리하고 여성도 남성처럼 군복무하는 제도를 시행하겠다고 했다.

옥 후보는 2020년 4·15 총선이 조작됐다는 부정 선거 의혹을 줄곧 주장했다. 선관위에 등록한 10대 공약 중 7개가 부정 선거 방지 관련 내용이다. 옥 후보는 “대한민국을 둘러싼 거짓말과 범죄로부터 국민을 해방시키기 위해 출마했다”며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 절차 또한 거짓말과 사기의 결과”라고 말했다.

■‘통일 대통령’

기호 ‘13번 이경희 통일한국당 후보(47)는 ‘통일 대통령, 경제 대통령’을 구호로 내세웠다. 남북이 통일하면 청년들의 사업·취업·교육 기회가 늘어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후보는 “통일이 되면 인구 1억의 대국으로 급성장하게 된다”며 “대륙을 통해 전 세계로 뻗어나갈 수 있는 길이 열려 경제문제도 해결된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통일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매주 화요일 오전 10시에 남북정상회담을 개최하는 방안을 공약했다. 남북 간 여행 전면 자유화도 약속했다. 그는 “국민에게 통일의 확실한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대선에 출마했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부동산 규제를 혁파해 집값을 안정시키겠다고 공약했다. 부동산을 자유롭게 사고팔 수 있게 하겠다는 취지다. 소득세, 취득세, 양도세, 증여세, 상속세 인하 등 감세도 제시했다.

기호 14번 김민찬 한류연합당 후보(64)는 비무장지대(DMZ)에 세계문화예술 도시를 건립하는 것이 첫 번째 공약이다. 분단의 아픔을 상징하는 DMZ에 문화예술 도시를 세우고 인종·민족·지역별 장벽을 허물 수 있는 사회 인프라로 채운다는 구상이다. 김 후보는 “태평양과 대륙을 잇는 각종 운송산업, 세계문화산업의 발전으로 수출입 증대, 지속적인 고용 창출 효과 등 막대한 경제적인 효과로 한국이 세계 물류 중심국으로 도약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후보는 내각의 장관 자리에 국회의원을 기용하지 않고 각 부처의 실무자를 임명하겠다는 공약도 발표했다. 또 공기업 대표 자리에 ‘보은 인사’, ‘낙하산 인사’를 앉히는 폐단을 없애겠다고 밝혔다. 그는 “공기업에서 오랫동안 근속하며 실무를 쌓아온 사람이 대표를 맡도록 해 책임경영을 실현하겠다”고 말했다.